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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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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1꺼진 모니터 화면처럼 어두운 하늘별도 달도 없는 그곳엔 저택이라고 하기에도 민망스러울만한 작은 2층 저택 하나가 서 있었다순간 하늘에서 빛이 잠시 반짝이더니이내 땅으로 떨어졌고저택 앞을 순간 환하게 밝혔다떨어진 것은 한 소년소년은 저택을 보고 가소로운 미소를 짓더니왼쪽 주머니에서 단검을 꺼낸다단검에 소년이 내는 빛이 반사되어 밝게 빛난다2소년이 단검을 저택의 문 앞으로 치켜 세워 휘두르자저택의 문이 서서히 열린다그리고 안에서 나타난 것은..과연 무엇이었을까3그것이 나타난 순간 소년의 빛은 휙 하고 꺼져버렸고주위는 다시 어두컴컴해졌다무엇인지 모를, 어디에 있는지 모를 그것이 소년의 주위를 빠르게 멤돌았고소년은 무엇인지 모를 것을 향해단검을 마구 찔러댔다소년의 얼굴에는 무엇인지 모를 액체가 흩뿌려졌다4소년..

소설 2024.10.27 큐널 블로그팁

접속

나에게는 능력이 한 가지 있다.바로 지구상에 있는 다른 누군가의 생각에 순간적으로 접속할 수 있는 능력이다.이 능력은 주로 밤에 발동되며, 그저 가만히 있거나 눈을 감고만 있으면 그 어떤 사람이 하고 있는 생각이 머리에 한번에 다 그려진다.그저 떠오른다.나는 하는 것이 없고, 눈을 감으면 머리에 그저 떠오를 뿐이다.내가 그것을 그저 세상에 옮겨놓기만 하면, 그것은 그대로 현실이 된다.하지만 자주 그렇게 하진 않는다.왜냐하면 이것은 명백히 다른 사람의 생각을 훔치는 것이고, 때로는 이 스케일이 너무도 커서 현실에 옮기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몇몇 사람들은 말한다.그것은 네가 살아온 특수한 환경이 너를 그냥 그렇게 만든 것일 거라고.자기 자신의 수많은 경험이 합쳐져서 떠오른 자신만의 것이라고.하지만..

소설 2024.10.27 큐널 블로그팁

영혼을 먹는 사자

영혼을 먹는 사자여, 내 영혼을 나에게 돌려주시오. 나를 이 지옥에서 꺼내주시오.안된다. 이다말. 그대는 이미 그대의 영혼을 나에게 팔았다. 나는 그대의 영혼을 한입에 꿀꺽 삼켜버렸지.그러면 그걸 다시 토해낼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잘근잘근 씹지 않고 그저 삼킨 것이라면 소화되기 전에 토해내면 저는 제 영혼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내가 그래야할 이유는 뭐지?저는 영혼을 거래한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영혼을 드린 결과가 어떨지에 대해 제대로 듣지 못한채로 성급하게 영혼을 팔았습니다. 이건 불공정 계약입니다.흠.. 일리가 있는 말이군.사자는 영혼을 토해냈다.그리고 이다말은 그 영혼을 다시 삼켰다.감사합니다. 사자님.명심하게나, 앞으로 영혼을 팔기 전에는 그 조건이 뭔지를 잘 생각..

소설 2024.10.27 큐널 블로그팁

가족

오후 5시에 해가 질 때면 미나미는 계단을 내려왔다. 고풍스러운 오크 나무로 된 정교한 실내 디자인의 2층 저택.미나미가 층계를 쓸며 1층으로 내려오는 것은 엄마가 차려주는 토마토 스파게티를 먹기 위함이었다.엄마 이름은 이라쉬.평소엔 침묵을 지키기로 유명한 이였지만, 저녁 시간에 토마토 스파게티를 만들고 식탁에 내온 후, 아이들이 먹을 때면 늘 말이 많아지곤 했다.엄마는 저녁 시간 때만 집으로 돌아왔다.낮에는 어딘가 쏘다녔다.미나미는 그동안 하루종일 2층에 있는 자기 방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저녁 시간.나는 이 조금 이상한 가족과 살고 있다.저녁 시간이면 파스타 세 그릇이 식탁 위에 오른다. 오크 나무로 된 식탁.식탁 아래에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산다. 이름은 고양이. 고양이는 온몸을 핥는다. 매일...

소설 2024.10.27 큐널 블로그팁

나탈리아

나탈리아는 고약한 친구였다.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와서는, 그게 뭐냐고 말하면서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는 끝에는 내 그림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그러면 나는 말없이 그 찢어진 조각들을 가방에 쓸어담고는 새로운 종이를 꺼내서 다시 같은 것을 그렸다.나는 온전한 것을 다 그리고 싶었기에.그 애도 참 엄청났던 게, 내가 똑같은 그림을 그리면 금세 다시 와서는 또 트집을 잡고 그림을 찢었다.그걸 몇 개월동안 매일 한 20번 정도 반복했는데..정말 창과 방패의 싸움이지 않은가? 나탈리아는 어릴 적부터 이래야만 한다는 게 확실한, 자기 주관이 뚜렷한 친구였다.내 그림도 그래서 그렇게 쉽게 찢어버릴 수 있었던 것 같다.그 애의 그런 주관은 친구도, 선생님도, 부모님도, 의사도 못 말렸다. 하고..

소설 2024.10.27 1 큐널 블로그팁

마법 영화관

복고 열풍이 불고 있었다. 내가 어릴 적부터 자주 다니던 거리는 그 열풍에 따라 거리의 느낌을 80년대의 것으로 꾸몄다. 그 거리는 2000년대 초반에 생겨서 이미 지금 시점에서도 레트로 했지만, 시에서는 예산을 쏟아부어서 그곳을 정말 옛 느낌이 나는 거리로 만들려고 한 것 같았다.나로서는 아쉬운 일이었다. 나 역시 복고풍을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이런 식으로 정든 내 옛거리가 복고풍으로 바뀌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거리는 복고풍이 되었을지언정, 새롭게 공사를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오래된 느낌을 주려는 듯한 시도는 묘한 현대적인 감각을 주어서 나에게는 더 이질감을 들게 만들었다. 자주 보던 익숙했던 많은 것들이 철거되거나 바뀌어갔다. 익숙한 촌스러운 간판에서 세련된 네온사..

소설 2024.10.27 1 큐널 블로그팁

신과 인간

1 오 신이시여..인간이 외쳤다. 저에게 구원을 주십시오. 신 앞에 무릎을 꿇은 인간.신은 두 발로 꿋꿋이 선채로 뒤에서부터 비치는 눈부신 광채를 흩뿌리고 있었다. 두 눈은 다소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따스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인간이 말했다. 저에게는 구원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저에게 그것을 주실 수 있다면 저는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입니다.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발 저를 구원해 주십시오.. 신은 침묵했다.인간은 그 침묵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았기에 마음 한켠에 아려왔다.인간은 이를 악물었다. 왜.. 왜 저에게는 당신의 구원이 허락되지 않는 것인지요..왜인지라도 말해주시겠습니까. 신은 여전히 침묵했다. 한 마디라도 해주십시오.. 침묵.인간은 갑자기 번개같이 일어나서는 신의 뺨다구..

소설 2024.10.27 큐널 블로그팁

지하철역의 고양이

띠띠띠띠스크린 도어의 LED가 깜빡거리고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내린다.사람들은 내리자마자 빠르게 발을 움직인다. 역의 양쪽 출구 계단을 향해, 중앙쯤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향해.저마다 어디론가 바쁘게 발걸음을 옮긴다.이곳은 늦은 새벽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언제나 붐비는 한 지하철역이다. 이런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보는 황색 옷을 입은 까만 눈동자가 있다.바로 이 지하철역에 살고 있는 고양이다.이름은 나비.나비는 이 역의 구석진 곳에 있는 어두운 창고 안에서 태어났다.지독하게 추웠던 어느 겨울, 어미 고양이가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도무지 따듯한 장소를 찾지 못해, 어쩌다 지하철역의 문 열린 창고까지 내려와서 나비를 낳은 것이다.어미는 나비를 낳고 몸을 얼마 동안 추스르고 난 후에는 2번..

소설 2024.10.26 큐널 블로그팁

양파 이야기

나는 벗어나야만 했어. 그 가난을 말이야. 난 그래서 매사에 당당하게 행동했지. 가진 게 없이, 그저 입양되어 왔어도, 난 그들보다 언제나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 힘썼고 그렇게 지금 그 자리까지 갔었던거야.그는 내가 곁에 있을 때면 언제든 그렇게 말했다. 그가 어떻게 이런 곳까지 들어오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그는 저 말을 할 때 빼고는 늘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키가 매우 크고 마른 체형에 항상 두꺼운 안경을 쓴 죄수는 입술을 아래로 내린채로 늘 침울하면서도 어떤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하지만 몇 년 전부터 내가 이 교도소에 있을 때만 해도 그가 유명 정치인으로 각종 tv방송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어째서? 어떻게 이토록 빠르게 그는 추락했을까? 며칠 뒤, 그의 몸에 이상이 생긴..

소설 2024.10.26 4 큐널 블로그팁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런 곳이 있었다.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겨울이여도 그곳은 언제나 서늘한 바람이 아니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곤 했다.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하지만 그곳은 언제나 시원했다.그곳은 언덕이었다. 야트막한 언덕의 아래로는 약간의 모레톱과 맞닿아 있는 커다란 강이 있었다.밤이 되면 하늘은 어둡고 푸른 빛에 별들로 수놓아졌으며 언덕은 반딧불이들이 저마다 소리를 내곤 랬다.그날도 그랬다. 모두가 잠든 밤, 반딧불이들은 언덕에 누워 찌르르거리고 별들은 하늘을 수놓아 반짝거렸으며 강은 작은 입김을 내쉬며 잠잠했다. 그럴 때면 그곳을 늘 조용히 방문하는 한 소녀가 있었다.그리고 그 소녀를 지켜보는 소년이 있었다.소년은 이른 아침에 강의 야트막한 곳에다가 통발을 넣어놓고는 ..

소설 2024.10.26 큐널 블로그팁

의자가 살아있다

옛날 어느 한 옛날에 살아있는 의자가 살았다. 말그대로 살아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의자는 살아있었지만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충 식물이 움직이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두자. 엄밀히 말하면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의자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는 의자와 똑같이 생겼었다. 하지만 살아 있었다. 의자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의자는 주변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자신의 위에 누군가 앉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의자의 영혼은 의자의 것이었기 때문에 불쾌함은 없었다. 이걸 읽고 있는 당신이 사람이라면, 그리고 상상력이 꽤나 좋아서 이 이야기에 공감을 한다면 어쩌면 의자가 살아 있으며 그 위에 누가 앉는 걸 느꼈다는 것에서, 당신이..

소설 2024.10.26 큐널 블로그팁

카매니악

2129년, 이 시대에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편화되었다. 자동차는 핸들이 사라졌고 더이상 운전한다는 개념은 위험하고 모험적인 것으로 치부되었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운전을 하게 되지 않자, 자동차에 대한 애정은 소수의 늙다리 마니아들을 제외하면 그렇게 애정을 가지고 소유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자동차들은 공유 서비스를 통해 운영되었다. 집 주변에는 언제나 무인으로 운전되는 택시 개념의 자동차들이 상주하고 돌아다녔으며 집에서 목적지를 말하고 집앞으로 나서기만 하면 30초 내로 자율주행차가 도착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니 자동차를 소유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그레고리 이스트우드는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자가용을 소유하고 있었던 마지막 노인이었다. 그는 자율주행차가 이렇게 보편화되기 전, 아직 주마다 테스트 단계로 ..

소설 2024.10.26 큐널 블로그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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