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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2024.10.26 댓글 큐널 블로그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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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9년, 이 시대에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편화되었다. 자동차는 핸들이 사라졌고 더이상 운전한다는 개념은 위험하고 모험적인 것으로 치부되었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운전을 하게 되지 않자, 자동차에 대한 애정은 소수의 늙다리 마니아들을 제외하면 그렇게 애정을 가지고 소유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자동차들은 공유 서비스를 통해 운영되었다. 집 주변에는 언제나 무인으로 운전되는 택시 개념의 자동차들이 상주하고 돌아다녔으며 집에서 목적지를 말하고 집앞으로 나서기만 하면 30초 내로 자율주행차가 도착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니 자동차를 소유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레고리 이스트우드는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자가용을 소유하고 있었던 마지막 노인이었다. 그는 자율주행차가 이렇게 보편화되기 전, 아직 주마다 테스트 단계로 운영되고 시민 단체와 택시 단체가 이런 자율자행차의 전국 도입에 반대하고 있을 적, 즉 구식 자동차와 자율주행차가 공존하던 시대에 태어났다. 늘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갈 때면 자율주행차와 그 시스템을 전국에 도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집회를 볼 수 있었다. 당시에 그레고리옹은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지도 않았고, 이미 가세가 자율주행차로 기울었기 때문에 그다지 자동차에 관심을 크게 두지도 않았었다. 그저 학교를 갈 때 건너는 횡단보도에서 자율주행차의 길을 막으면서 시위를 하는 그 사람들이 몇 번 짜증스럽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소년은 물론 구식 자동차를 타본 경험이 한번도 없었다.

그랬던 그레고리옹이 구식 자동차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순전한 우연으로, 어찌되었는지 아주 오래된 경주 영화 한 편을 친구의 집에서 보게 된 것이었다. 그 영화는 이미 40년 전에 저작권이 만료된 아주 오래된 필름이었고, 스토리라고는 그저 두 자동차가 동시에 출발해서 결승선으로 들어가는 일련의 시시한 과정만을 다루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소년은 거기에 매료되었다. 구식 자동차와 인간의 교감, 기어의 변속, 액셀과 브레이크의 조작, 핸들을 틀면 움직이는 그 짜릿한 느낌에 소년은 구식 자동차를 타보고 가지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소년은 자동차와 관련된 아주 많은 영화들을 더 찾아보았고, 인간과 자동차의 아름다운 호흡, 그 공존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본격적으로 극장가와 도서관에서 구식 자동차에 대한 정보가 없어지기 시작한 것이, 본격적으로 여론은 구식 자동차를 매도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판단에 의해 운전이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며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율은 암으로 한 해 사람이 죽는 것보다 많다' 대충 이런류의 자극적이고 뭔가 어떤 목적을 위해 다른 것을 극렬하게 반대하는 듯한 어투의 보도들이었다. 소년의 부모님 역시 여기에 동의하고 구식 자동차들을 위험한 것으로 말하며 소년에게 이런 것을 지지하는 시위대나 사람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소년은 워낙에 성격이 순박하고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는 터라 마음이 괴로웠다. 자신의 내면에서 처음 영화를 봤을 때 타올랐던 그 구식 자동차를 향한 불길이 아직 뜨거운데..
소년은 그럼에도 그 불길을 무시하고 살아가려고 했다. 학교에서도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런 구식 자동차와 자율주행자 도입에 대한 충돌이 화제였고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새로운 세대의 자율주행차 도입에 찬성하는 쪽이었다.
대체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구식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시위에서 주장하는 말들은 대체로 논점이 흐렸고 말이 안되는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기계를 어떻게 믿느냐
데이터를 보여주겠다
너네가 보여주는 데이터를 어떻게 믿느냐
실제로 이런 상황이 나왔고 교통사고율이 줄어든 게 사실인데 어떻게 이걸 부정할 수가 있느냐
그건 너네가 다 조작한거다
택시 업계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려는 일이고 너네가 결국 전체적인 시장을 점령해서 독점하려는 속셈이다
같은 소리들이었다.
반면 자율주행차 업체와 그 공유 시스템을 만드는 이들은 이상적이고 희망적인 미래를 내비쳤고 친환경적이고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었다.
누가 보기에도 그들이 내놓은 전략과 자동차는 아름다웠으며 또 편리했다.
그에 반해 구식 자동차를 지지하는 이들은 고치기 까다롭고 대체로 매연이 많이 나오고 시끄러운 것을 지지했으니, 일반인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그들의 분노섞이고 무례한 태도가 사람들이 그들을 더더욱 싫어하게 만들었다.
자율주행차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안에 소년이 꿈꾸는 '기계와의 교감' 같은 것은 없었다.
다 저마다 두루뭉술하게 서로의 이익을 가지고 싸우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튼 여론은 자율주행차 쪽으로 점점 더 우세하게 떨어졌고 이제는 몇몇 주에는 아예 법안이 제정되어, 기존 구식 자동차를 운전하는 이는 벌금을 물게 되기까지 했다.

소년에게는 삼촌이 한 명 있었는데, 그는 25년동안 택시 운전을 한 사람이었다. 삼촌은 시위대의 조직원 중 한 명이었다. 아니, 그저 한 명이 아니라 선봉장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소년의 부모님은 삼촌을 멀리하라고 했다. 대세와 체제에 반대하는 위험한 사람이라니 뭐라나. 이성적으로 보았을 때 구식 자동차와 그 체제가 지는 것은 당연한 순리이며 이제 그들을 보는 시선도 곱지 않은데, 그걸 계속 고수하고 있으며 때로는 무력적인 시위도 멈추지 않으니,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삼촌은 소년이었던 그레고리옹의 집에서 1시간 거리쯤 떨어진 곳에 살았는데 매일 새벽이면 이제 곧 법안으로 택시 운전이 금지될지도 모르는 마당에, 늘 사람들이 타지도 않을 구식 자동차 택시를 몰고는 영업을 나갔다.

소년은 어느 날, 그 삼촌의 집으로 갔다. 구식 자동차를 이제는 알아보기 힘든 자료들만으로 접하고 부모님에게 숨기기만 하는 것은 지쳤다. 소년은 직접 구식 자동차를 경험해 보고 싶었다.
어느 날 밤, 소년은 부모님이 모두 안방에서 곤히 잠들고 계신 것을 확인하고는 차가운 밤바람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어른들이 건드리지도, 눈길조차도 주지 않는 할머니의 긴 겉옷을 입고는 소리가 안나도록 조심하면서 삼촌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율주행차는 타지 않았다. 소년은 자신이 생일 선물로 받은 전동 킥보드도 남겨둔채 그냥 걸어갔다. 그렇게 해야지 행여나 잠에서 일찍 깬 부모님이 소년이 사라진 것을 일찍이 눈치채지 못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새벽에 도착한 혼자 사는 삼촌의 집은 쓸쓸해보였다. 초승달이 하늘을 외롭게 비췄고 집 주변은 몇 대의 자율주행차가 조용히 운행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매우 고요했다. 삼촌의 집은 2층 집이었는데, 1층은 그냥 차고였고, 2층의 작은 공간이 삼촌이 먹고 자는 곳이었다. 소년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타고는 문의 초인종을 눌렀다.
초인종은 고장났는지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고, 안도 아주 조용했다.
소년은 힘을 내서 문을 두드려보았다.
'들어와.'
건조하고 마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이 문을 열자, 너저분한 집안이 펼쳐졌다. 온갖 공구와 붉은 색으로 칠해진 복잡해보이는 서류와 문서들, 그리고 파란색 설계도들이 나뒹굴고 있는 풍경이 달빛에 비춰보였다. 집 가운데에는 촛불 하나만이 타고 있었다. 그리고 저 편의 달빛이 들어오는 창문에 삼촌이 한 팔로 기대고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비스듬히 서서는 다른 한 손으로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후우...'
담배 연기를 내뿜는건지 한숨을 쉬는 건지 모를 소리가 들렸다.
'삼촌..?'
'그래, 언젠가 한번쯤 올 줄 알았지.'
'어떻게요?'
'뭐 그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고. 아무튼 그렇게 문을 소심하게 두드리는 건 아마 너밖에 없을거다. 특히나 이런 시국에 내 집을 찾아오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러면서 삼촌은 그 망할 시청 놈들이랑 공유 플랫폼 업체 놈들이 초인종을 하도 눌러대서 고장이 났다는 둥 뭐 그런 소리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소년은 자동차를 타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삼촌은 짐짓 놀란 눈치였지만 이내 허락했다.
집안에는 아래층 차고로 내려가는 사다리가 있었고 둘은 그 사다리를 타고 아래층의 차고로 내려갔다.
삼촌이 익숙한듯 천장을 헤집어서 뭔가를 당기자 노란빛의 전구 하나가 켜졌고 잘 정돈된 차고 안에 택시 표지가 천장에 달린 관리가 매우 잘 된 구식 자동차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율주행차 회사에서 만든 다 둥글둥글하니 똑같이 생긴 자동차를 제외한 실제 구식 자동차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마음에 드니?'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은 흡족해하는 표정으로 얼굴에 웃음기를 머금고는 차의 천장을 한번 쓰다듬었다.
'한번 살펴보렴.'
소년은 삼촌의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구식 자동차에 달려 들어서는 차를 아주 열심히 살펴보았다. 과연 자세히 보니 더더욱 볼거리가 많았고 그동안 봐왔던 자율주행차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소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 그놈들은 개성이라는 것도 존중하지 않는 것들이야. 이렇게 자동차를 신기하게 볼 정도라니. 얼마나 똑같은 것들로 세상을 망쳐놓을 셈인건지..'
삼촌은 잠시 생각하더니 소년에게 놀라운 말을 했다.
'한번 타보겠니?'
소년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이 차고 문을 열자, 찬 공기와 달빛이 구식 바동차의 푸른색 페인트를 더 아름답게 비추었다.
삼촌은 구식 자동차의 조수석 문을 열어주고는 키가 작은 소년이 의자에 앉고 안전밸트를 매는 것을 도와주고 문을 살포시 닫아주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반대쪽 운전석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맸다.
삼촌은 짤랑거리는 열쇠를 열쇠구멍에 넣어 시동을 걸었고 털털거리는 소리와 함께 후드 및의 엔진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삼촌이 액셀을 천천히 밀자, 자동차는 소년이 영화에서 본 것처럼 부드럽게 출발했다.
자동차는 달빛이 밤을 지배하는 길목으로 헤드램프가 켜진채로 미끄러지듯 달리기 시작했다.
소년은 이 모든 것이 생생한 것이 너무 기뻤다.
그리고 삼촌은 운전을 하면서 옆쪽을 가끔 힐끗힐끗 보며 소년이 신기해하는 모습을 무척 뿌듯해 하는 것 같았다.
삼촌은 때로는 기어를 멋있게 변속하기도 하고, 소년의 조수석 쪽에 손을 대고는 멋있게 후진하기도 하고 액셀을 강하게 밟으며 속력을 내기도, 브레이크를 적절하게 밟아서 멈추기도 했다.
삼촌과 소년은 목적지 없이 그저 차가운 공기를 뚫고는 달리고 또 달렸다.
소년은 이 일련의 과정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소년의 눈에서는 별이 보였다.
이런 것을 보는 것은 자율주행차가 목적지에 따라 무미건조하고 정확하게 안내하는 것과는 매우 달랐다.

'한번 직접 몰아보겠니?'
드라이브를 한지 1시간 쯤이 지나고 문득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공터의 신호에 걸렸을 때 삼촌은 이렇게 말했다.
소년이 삼촌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삼촌은 아직 작은 체구였던 소년을 밸트를 풀고 조수석에서 자신의 운전석 무릎 위로 앉혔다.
'좀 어색한가? 하지만 지금은 아직 운전을 할 수 있을 나이는 아니니 이렇게라도..'
그리고 삼촌은 다시 힘차게 액셀을 밟았고 그러면서 소년의 손을 잡아서는 핸들 위로 올렸다.
아니 굳이 삼촌이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도 소년이 먼저 자연스럽게 핸들에 손을 올렸을 것이다. 몇 번이나 영화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봐왔던 것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삼촌이 액셀과 브레이크를 밟을 때면 다리와 허벅지에는 힘이 들어갔고 소년도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삼촌이 핸들을 돌리면 거기에 손을 얹고 있는 소년의 손도 함께 돌아갔고, 기어 변속을 위해 손을 땔 때면 소년은 그것을 열심히 바라보았다. 몇 번 신호에 걸렸을 때면 소년도 기어를 삼촌이 하는 것처럼 만져보았다. 뭐 멈춰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바뀌는 것은 없었고, 기어가 매우 뻑뻑해서 움직이기 힘들었지만 말이다.

삼촌이 소년을 집으로 데려다줄 때쯤에는 그는 삼촌의 품에서 잠든 상태였다. 소년은 삼촌이 잠시 눕혀놓은 운전석에서 잠결에 삼촌이 부모님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 무언가 오해가 있는 듯 했지만, 부모님은 삼촌이 조심스레 운전석에서 안아 들은 자신을 낚아채가듯 하고는 이마에 입을 맞추고 침대에 눕혔다.
바깥에서는 구식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어째서인지 외롭게 들렸다.

소년은 그후로도 몇 번 삼촌의 집에 가보고 싶었으나, 이제 소년의 부모님은 소년이 행여나 밤에 몰래 나가지 못하도록 반만의 준비를 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소년은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나가려고 하더라도 집지킴이 로봇이 소년의 행방을 알려서 소년은 그때마다 부모님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고는 침대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리고 6년 가량이 지났다. 소년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때의 경험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소년이 삼촌의 집으로 다시 가게된 것은 순전한 우연이었다.
뭐 우연이라기보다는 소년의 아버지가 삼촌에게 통보할 몇 가지 집안 유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아직까지도 개선되지 않은 대면 사인 방식을 택해야 했기 때문이다(사실 삼촌이 비대면 시스템을 싫어해서 집에 관련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혼자 가도 되는 문제라고 했지만, 소년은 간절하게, 그리고 그동안 갈고 닦은 화려한 언변술을 통해 아버지를 새치 혀로 농락해서는 따라가게 되었다.
'삼촌은 뭐 괴짜지 않느냐, 아버지는 말하기 귀찮아 하시고 저는 그런 사람들을 상대할 줄 아니, 도움이 될 것이다.' 같은 말이었다.
자율주행차는 소년과 툴툴거리는 아버지를 삼촌의 집 앞으로 미끄러지듯 실었다. 소년과 아버지가 인지하기도 전에 자동차는 이미 집 앞에 와 있었고 이미 사전에 구독형으로 요금 지불과 목적지 선택이 완료된채로 모든 준비가 끝나있었다.
거리에는 이제 자율주행차만이 존재하는 듯했다.
삼촌의 집에 도착하자 차고 문은 사라져 있었고 흰색 벽면의 집은 온통 붉은색 페인트 자국에 불에 그을린 자국이 곳곳에 있어서 보기가 매우 흉했다. 2층의 창문은 쇠로된 문으로 닫혀 있었고 문은 누가 세게 걷어 찼는지 검은색 발자국이 군데군데 있는데다가 구겨져 있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열쇠를 가지고 문을 열었다.
집 안은 매우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옆에 있는 불을 켜보았으나 불은 켜지지 않았고 아버지는 후레시를 켰다. 집 안은 여전히 지저분했다. 대체로 소년이 지금보다 훨씬 어릴 적 왔을 때와 거의 비슷했으나, 다른 점이 있었다면 차고로 가는 사다리가 치워져 있고 그 자리에 열쇠구멍이 있는 쇠로 된 뚜껑문이 생겼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집 안에 삼촌은 없었다.
'얘는 또 어딜 간거야..'
라고 아버지가 말하고 있는데, 소년은 자신도 후레시를 켜고 작은 집 안을 둘러볼수록 이 집이 비워진지 매우 오래되었다는 걸 알았다. 곳곳은 정말 아무도 오지 않은 것을 알리는 먼지가 굴러다녔고 바닥의 초는 마치 유물 같았다.
소년은 삼촌을 생각하며 창가로 가서는 쇠로된 창문을 열고 창문도 열었다. 창문이 뻑뻑한 것이 오랫동안 열지 않은 모양이었다. 창문을 열자, 햇빛이 안으로 환하게 들어왔고, 창가의 재들도 바람에 날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잿더미 사이로 담배갑에 급하게 휘갈겨 쓴 어떤 글귀가 소년의 눈에 보였다.
'차를 잘 부탁한다-삼촌'
조카라곤 자기밖에 없었기에 소년은 이것이 자기에게 쓴 것임을 알았다.
소년은 그것을 재를 잘 털어서 호주머니에 넣었다.
소년은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전자 기기로 시위대와 관련된 정보를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시위대와 정부, 회사와의 오랜 충돌을 시간별로 정리한 사이트가 있었고.
소년은 그 연대를 보는 과정에서 삼촌이 2년 전에 사망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만히 그자리에 서서 놀란 눈으로 아무것도 못하는 소년을 보며, 아버지는 헐레벌떡 달려왔고 모든 진상을 알게 되었다.
소년은 주머니에서 삼촌의 종이를 꺼냈고, 이번만큼은 아버지도 그 차를 가지고 있는 걸 허락했다.
그리고 소년은 그 자리에서 독립 계획을 알렸다.
삼촌의 집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문 여세요!! 그레고리 씨!'
소년은 50년을 그곳에서 살았고, 삼촌의 자동차를 지켜냈다. 지켜낼 뿐만 아니라 살아 있게 해주었다. 단순히 가만히 전시만 해두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난 세월동안 낸 벌금과 과태료만 해도 10억원이 넘어갔다. 시에서는 운행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전시만 하라고 명령을 했는데 그것을 어기자 이렇게 찾아온 것이었다. 문을 열지 않자, 노인네라고 욕하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레고리옹은 지난 30년간 오래된 차를 보존하려고 열심히 외쳤으나, 헛수고일 뿐이었다.
이제 그들은 이 차를 압류하러 온 것이었다.
그들은 이제 문을 부수려고 했고, 그레고리옹은 차고의 구식 자동차 운전석에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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