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30술 심부름
논밭이 펼쳐진 작고 작은 시골 마을의 작은 길, 프레드릭 윙클은 이곳을 아버지의 술 심부름을 하며 곧잘 지나다녔다.길은 겨우 작은 아이 한 명이 지나갈 수 있을만큼 작은 흙길이었고 그 주변 일대는 온통 논밭이었다. 윙클은 지난해 여름부터 유난히 아버지에게 술 심부름을 자주 받아서 이 길을 쭉 지나가곤 했다.양쪽 어깨에는 지난 봄에 아닌데 아닌 사납고 새찬 비로 마을 수호수의 부러진 커다란 나뭇가지가 들쳐매져 있었고 그 양쪽으로는 술을 가득 채운 양철 동이 두 개가 들려 있었다.윙클의 아버지는 이제 아들이 6살이 먹자, 이런 심부름을 시키기에는 다 컸다고 생각했는지, 해가 뉘엿뉘엿 져갈때면 집으로부터 성인 걸음으로 2시간거리가 떨어져 있는 읍내에서부터 술을 가져오도록 시켰다.윙클은 그렇게 술을 매번 가져왔..
소설 2024.10.26 2 큐널 블로그팁귀여운 아이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과거, 평범한 도시의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아주 귀여운 남자아이 한 명이 살았다.그 아이는 정말 귀여움의 극치였다.아이가 태어나던 순간부터 사람들은 저마다 아이의 귀여움에 탄성을 지르고 손을 오그라뜨렸다.아이의 볼은 하얗고 통통했고 아이의 작고 동그랗고 까만 눈, 낮은 코, 조그마한 입은 동글동글한 얼굴에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었다.아이는 귀엽다는 말을 많이 들으면서 자랐고 자신이 귀엽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랑스럽게 여겼다.아이는 유모차에 앉아 있던 어릴 적부터 주변 어른들께 귀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란 터라, 스스로의 모습에 매우 우쭐해하고 있었는데 6살이 되어 유치원에 들어가게 되자 더더욱 많은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귀엽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이는 그전보다 콧대가..
소설 2024.10.26 큐널 블로그팁메그
1하람.왜?여기 이 나무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들어?글쎄? 나무가 정말 키가 크고.. 잎이 푸른 게 뭐 풍성하니 보기 좋다?그렇지?나는 언젠가 이 나무처럼 큰 사람이 될 거야.큰 사람이 되어서는, 이 세상에 잎들을 흩날리며 내 족적을 알릴 거야.사람들은 모두 나를 우러러보게 될 거라고.바로 이 나무처럼.메그는 우리가 종종 함께 앉아서 보는 공원 가장자리의 커다란 나무를 볼 때면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그녀는 항상 어떤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을 꿈꿨다.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높이 오를 것이라고.적어도 자신이 타고난 재능의 분야에서는 반드시 최고가 되고 말 것이라고그렇게 호언장담했다.나는 그런 메그를 좋아했다.또 나는 메그가 분명히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어떤 책에서 본 실제 성공하는 사람들의 ..
소설 2024.10.26 2 큐널 블로그팁딸기 케이크 한 조각
1나는 지금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손에는 케이크 상자 하나를 들고.매주 금요일이면 나는 베리 베이커리에서 조각 케이크 하나를 사 들고는 병원으로 간다.베리 베이커리에는 각종 베리류들로 만들어진 형형색색의 케이크들이 많지만, 내가 언제나 고르는 것은 작은 조각 딸기 케이크 하나다. 가끔 케이크가 없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내가 매주 한 종류의 케이크만을 가져가는 단골손님이라는 것을 베이커리 주인이 눈치채고는 케이크를 넉넉하게 준비해두는 모양이다.베이커리에 방문했을 때 어쩌다 그와 눈이 마주치면 그가 한쪽 눈을 찡긋하고 윙크하면서 케이크 쪽으로 고개를 트는 것을 보면 말이다.내가 왜 조각 딸기 케이크만 고집하느냐고?그건 케이크를 줄 소중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바로 우리 엄마다.병원에서 오랫동..
소설 2024.10.26 큐널 블로그팁골든 스테이션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는 골든 스테이션의 공중전화 앞에서 기다려.내가 전화할게.만약에 못하면 10분 뒤엔 네가 나한테 전화해 줘.응..!우리는 만난 지 5년이 된 연인 사이다.잭은 동부의 건설 지역에서, 나는 서부의 열차역, 골든 스테이션에서 일하고 있다.우리는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면 각자의 지정된 장소에서 걸고 받을 수 있는 공중전화를 통해 전화를 주고받는다.뭐, 가끔은 다른 사람이 공중전화를 먼저 쓰고 있어서 서로가 2시 정각에 전화를 받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라도 그 다른 전화가 끝나면 둘 중 한 사람이 꼭 다시 전화를 건다.오늘도 전화 너머로 들리는 그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는다.다음 주도 기다릴게.응. 다음 주에 이번 일만 끝나면 우리 같이 골든 시티에 가서 결혼하자.응..!그..
소설 2024.10.26 2 큐널 블로그팁네보레 가의 비밀
1장이 이야기는 우리 할머니가 들려주셨던 이야기다. 달이 조금씩 차오르는 밤, 벽난로 앞에 앉아 따뜻한 불을 쬐며 초콜릿 쿠키를 먹을 때면 할머니는 그 옆의 흔들의자에 앉아 상어 호수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다.나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실 당시, 할머니의 정신이 약간은 오락가락하셨기 때문에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지금부터 옮길 이야기는 어느 정도의 과장, 아니 어쩌면 전체가 다 상상일지도 모를 그런 이야기다.이야기를 들었던 당시의 상황을 더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그 당시 할머니가 쓰셨던 말투를 사용해서 옮겨보려고 한다.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먼 옛날, 우리 시대의 역사책이 생기기 아주 오래전, 거기에는 땅이 있었단다. 오직 땅만이 거기에 있었지. 바다가 없는 시..
소설 2024.10.16 3 큐널 블로그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