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되고자 하는 아이가 있었네.
신은 그에게 많은 것을 선물해 줬지만, 그것들로는 신이 될 수 없었고, 아이는 신이 되고자 하는 욕망에 눈이 멀어 그에게 주어진 아름다움을 그냥 지나치고 말았지.
백발이 된 후에야 스스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그에서 오는 수많은 아름다움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네.
하지만 너무 늦어버렸어.
더는 푸른 하늘도, 향기로운 장미꽃 냄새도, 짜고 달짝지근한 액체도 기쁨을 주지 못하는걸.
그것들이 변해서가 아니라, 너무도 오랫동안 마음 잃은 채로 살아와, 인간도 신도 아닌 무엇인가에 낑겨 있기 때문이네.
병실에 누워 소독약 냄새를 맡으며 홀로 죽어갈 뿐이지.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산책을 나와 있는데, 저 멀리에 어린아이가 한 명 있었네.
병원 주변의 공원이라고 하기에 무색할 정도의 작은 공간. 듬성듬성한 잔디밭에 쪼그리고 앉아서 놀고 있었지. 아이 엄마는 정자 주변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지. 아이는 손에 민들레 홀씨를 들고 있었어.
주변 정자에 앉아서 담배 한 대를 피우며 아이를 바라보는데, 너무나 아름답다고 느꼈네.
정말 아름다웠어. 왜 보지 못했을까. 아이의 어린, 순수함이 너무나 아름답더군. 웃는 모습에 눈가에 눈물이 고였네.
정신을 차려보니, 아이가 울고 있었네. 다가가서인 듯하네.
아이 엄마가 다가와서 매서운 눈초리로 쳐다보고는 아이를 안고 재빠르게 들어가 버렸지.
아무래도 그러면 안 됐던 거지. 그래선 안됐던 거야.
하지만 누가 알겠나. 그리고 어쩔 수 있겠나. 다 자업자득인 것을.
그림을 그렸어. 글을 썼어. 조각을 해보기도 하고.
감사할 뿐이지.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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