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정신

소설 2024.10.27 댓글 큐널 블로그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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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은 눈을 떴다.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한 다음이었다.
지하철이 들어와 사람들은 바쁘게 개찰구를 통과하고는 계단으로 내려갔다.

민은 멍하니 서 있었다.
뭘 하려고 했는지, 여기에 왜 서 있는지 몰랐다.

손에는 꼬깔콘 모양의 아이스크림 과자에 올라간 생크림 아이스크림이 손을 타고 흘러 바닥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어째선지 민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아...? 이런, 또 정신을 잃어버렸나봐."

민은 안경을 손등으로 들고는, 먼저 두껍고 통이 큰 회색과 흰색이 함께 짜여진 코트 소매로 눈을 비벼서 눈물을 닦았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은 앞쪽 쓰레기통에 버렸고, 둘러매고 있는 검정색 크로스백 지퍼를 열어서는 비닐별로 소분된 물티슈를 찢어서 손을 닦은 후 함께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앞을 보니, 거울이 있었다.
작은 키. 커다란 코트, 붉은 뺨, 흰색 털실에 술이 달린 털모자, 두꺼운 테의 검은 안경. 통 큰 바지.
20대 중반쯤 돼보이는 여자였다.

어쩐지 민은 손을 부르르 떤다. 숨이 가빠지고, 뭔가를 부수고 싶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민은 숨을 깊이 들이쉰 후 허리를 곧게 펴고 쳐져 있는 입꼬리를 위로 올리고는, 웃어서 행복한 거라는 말을 기억하려고 노력해본다.

그런데, 뭔가 잊어버린 기분은 뭘까.
애초에 뭘 하려고 여기에 온 걸까.

낯익은 역명이다.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도 집으로 가려고 했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민은 계단으로 내려간다.
방금 지하철이 지나가서 플랫폼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스크린도어 안쪽은 아주 검고 어둡다.

지하철을 기다리는동안 잠시 의자에 앉는다. 추워서 입김이 나온다.
옆을 보니, 어떤 여자 아이가 원피스를 입은채로 맨발로 의자 위에 발을 올리고 팔은 무릎 위에 올린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10살 정도.. 훌쩍거린다.

"신경 쓰여.. 치워버리고 싶다."

"아니야. 신경쓰지 말자.. 애초에 이건 정상적인 생각이 아니야. 신경 쓰인다고 치워버리고 싶다니. 그냥 다른 곳에 가서 앉던지 해야지.. 보통 사람이었다면 이런 애한텐 신경 쓰지 않았을거야. 아니.. 아니면 도와줄까..? 그래도 무슨 사정이 있겠지.. 내 알 바는 아니야."

민은 일어났다. 그때, 여자 아이가 민의 손목을 탁 하고 잡았다.
그리고는 속삭였다.

"나한테.. 뭐 줄 거 없어요?"

민은 놀라서 손목을 뿌리쳤다. 그리고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아이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픈 듯 신음 소리를 내면서도 웃고 있는 모습. 민은 주변을 살피고는 도망쳤다.




민은 눈을 떴다.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한 다음이었다.
지하철이 들어와 사람들은 바쁘게 개찰구를 통과하고는 계단으로 내려갔다.

민은 멍하니 서 있었다.

손에는 꼬깔콘 모양의 아이스크림 과자에 올라간 생크림 아이스크림이 손을 타고 흘러 바닥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어째선지 민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아...? 이런, 또 정신을 잃어버렸나봐."

"잠깐.. 이거... 저번에 있었던 일 같은데...?"

민은 안경을 손등으로 들고는, 먼저 두껍고 통이 큰 회색과 흰색이 함께 짜여진 코트 소매로 눈을 비벼서 눈물을 닦았다.

"그 아이가 줄 게 없냐고 했었는데... 혹시..? 근데 그게 누구였더라."

민의 눈이 마구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내 알 바인가? 애초에 왜 내 정신을 이렇게 혼란스럽게 하는거지? 가뜩이나 정신없어 죽겠는데!"

민은 아이스크림을 바닥에 던지고는 발로 마구 짓밟았다.
그러고 집에 가려고 계단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씩씩거리면서 반쯤 내려가다가, 어쩐지 아이스크림이 걸렸다.

민은 다시 올라가서는 맨손으로 아이스크림 과자 부스러기를 모으고 녹은 아이스크림도 손으로 잡아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는 둘러매고 있는 검정색 크로스백 지퍼를 열어서는 비닐별로 소분된 물티슈를 찢어서 손을 닦은 후 함께 쓰레기통에 버렸다.

민은 숨을 깊이 들이쉰 후 허리를 곧게 펴고 쳐져 있는 입꼬리를 위로 올리고는, 웃어서 행복한 거라는 말을 기억하려고 노력해본다.

낯익은 역명이다.

민은 계단으로 내려간다.
방금 지하철이 지나가서 플랫폼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 아이를 제외하고는.
스크린도어 안쪽은 아주 검고 어둡다.

민은 아이 옆 의자에 앉았다.

"난 너한테 줄 거 없어. 그건 다 녹아버렸고, 쓰레기통에 이미 버렸어. 다 가루가 돼버렸다고. 알겠니? 나한테 줄 거 없냐고 묻지 마."

아이는 여전히 엎드린채로 말했다.

"아니예요. 언니. 언니는 나한테 그걸 주고 싶어."

"무슨 소리야?"

"왜냐하면 언니가 진짜 먹고 싶어했거든."

"뭐..?"

"기억 안나요?"

아이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얼굴은..
바로 또다른 민이었다.

"언니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했어. 그래서 여기 있는 거예요. 나한테 그걸 전해주려고, 여기에 온 거예요."

"무슨 소리야 대체?"

"언닌 죽었어요. 3년 전에."

"그리고 지금까지 이걸 계속 반복하고 있어요, 언니가 살면서 그토록 가장 원했던 건, 바로 내 나이 때의 아이스크림이었거든요. 왜냐하면.."

"그 사람이 가기 전에 그 아이스크림을 사오겠다고 했으니까. 나도 알아. 하지만 고작 내가 그런 걸로 편하게 안식하지 못하고, 여길 이렇게 떠돌고 있단 말이야? 그건 말도 안돼, 고작 아이스크림 때문이라니! 그것도 이런 한겨울에.."

"언닌 아직도 뭘 모르는군요. 그래도 괜찮아요. 거의 끝이 왔으니까요."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어. 오늘은 평생토록 나한테는 이제 없는 일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내가 이걸 원할 줄은 몰랐네."

"그러면 다음에는 더 신중하게 행동해요. 지금까지는 연습 게임. 나는 가짜지만, 다음에 만날 아이는 진짜 여자 아이예요. 그 애한테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민은 눈을 떴다.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한 다음이었다.
지하철이 들어와 사람들은 바쁘게 개찰구를 통과하고는 계단으로 내려갔다.

민은 멍하니 서 있었다.

손에는 꼬깔콘 모양의 아이스크림 과자에 올라간 생크림 아이스크림이 손을 타고 흘러 바닥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어째선지 민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민은 안경을 손등으로 들고는, 먼저 두껍고 통이 큰 회색과 흰색이 함께 짜여진 코트 소매로 눈을 비벼서 눈물을 닦았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을 부서지지 않을만큼 꽉 쥐었다.

앞을 보니, 거울이 있었다.
작은 키. 커다란 코트, 붉은 뺨, 흰색 털실에 술이 달린 털모자, 두꺼운 테의 검은 안경. 통 큰 바지.
20대 중반쯤 돼보이는 여자였다.

어쩐지 민은 손을 부르르 떤다. 숨이 가빠지고, 뭔가를 부수고 싶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민은 숨을 깊이 들이쉰 후 허리를 곧게 펴고 쳐져 있는 입꼬리를 위로 올리고는, 웃어서 행복한 거라는 말을 기억하려고 노력해본다.

민은 계단을 내려간다.
방금 지하철이 지나가서 사람은 적었지만 플랫폼에는 그래도 몇몇 사람들이 있다.
스크린도어 안쪽은 아주 검고 어둡다.

민은 지하철을 기다리는동안 잠시 의자에 앉는다. 추워서 입김이 나온다. 옆을 보니, 어떤 여자 아이가 원피스를 입은채로 맨발로 의자 위에 발을 올리고 팔은 무릎 위에 올린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10살 정도.. 훌쩍거린다.

이 겨울에 저쪽에 아이 혼자 맨발로 웅크리고 있는데도, 아무도 아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 가끔씩 곁눈질로 의자를 살피긴 하지만, 그저 각자 할 일에 따라 금방 휙 지나갈 뿐이다.

"자, 여기."

아이가 고개를 들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민을 바라본다.

"뭐해. 먹고 싶어 했잖아. 받아. 녹아서 미안하게시리."

"감사합니다..."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는 혀로 한번 핥고는 계속 해서 울었다.
민은 아이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는 머리를 기대고 가만히 토닥여줬다.

"앞으로 더 힘들거야. 지금보다 더. 그래도 괜찮아. 아마도 괜찮을거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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