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소설 2024.10.27 댓글 큐널 블로그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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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능력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지구상에 있는 다른 누군가의 생각에 순간적으로 접속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주로 밤에 발동되며, 그저 가만히 있거나 눈을 감고만 있으면 그 어떤 사람이 하고 있는 생각이 머리에 한번에 다 그려진다.
그저 떠오른다.
나는 하는 것이 없고, 눈을 감으면 머리에 그저 떠오를 뿐이다.
내가 그것을 그저 세상에 옮겨놓기만 하면, 그것은 그대로 현실이 된다.
하지만 자주 그렇게 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이것은 명백히 다른 사람의 생각을 훔치는 것이고, 때로는 이 스케일이 너무도 커서 현실에 옮기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들은 말한다.
그것은 네가 살아온 특수한 환경이 너를 그냥 그렇게 만든 것일 거라고.
자기 자신의 수많은 경험이 합쳐져서 떠오른 자신만의 것이라고.
하지만 아니다.
나는 알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내가 다른 사람의 생각에 접속하는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란 걸.
이 능력을 나는 11살 생일 때 받았다. 늦은 밤, 아빠가 사오신 생크림으로 된 케이크의 초를 비몽사몽한테로 일어나서 불고 다시 잠들었을 때,
그가 꿈속에서 나에게로 찾아왔다.
그는 너무 무서웠다. 어렸던 나는 땀을 흘리면서 잠을 설쳤다.
나는 꿈속에서 그에게서 도망쳤지만, 그는 구석에 몰린 내 머리에 왕관을 씌웠다.
이 왕관에는 '접속'이라고 내가 알 수 없는 언어로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가 그것을 읽어줌과 동시에 나는 그 뜻을 알아들었고, 그가 이 능력을 설명해줬을 때 나는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지금과 같다.
나는 그저 모든 것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내가 생각하거나 고민하거나 느끼려고 할 필요가 없다.
그저 다른 사람의 생각에 접속해서 그걸 현실에 옮기면 된다.
이것은 선물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이 능력을 가진 나는 그 이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내가 이 능력을 가진 이후로 보통 사람들과 달라지기 시작한 것을 나는 서서히 자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격차는 더 커졌다.
다른 이들이 힘들이는 것을 나는 쉽게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많은 이들이 말하는 아이디어, 그리고 창의력이란 것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부분에서는 전혀 힘이 들지 않는다.
그저 접속하면 되니까.
사람들이 억지로 아이디어를 짜내려고 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것은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정말로 그렇다.
그래서 적어도 이 부분으로는 한번도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다른 이의 생각에 접속하는 능력을 가진 대가로, 나에겐 이상현상이 발생했다.
나는 이 접속의 경험을 너무도 즐겁게 여기고 또 신뢰한 나머지, 다른 것들은 전혀 중요해지지 않게 된 것이다.
가족도, 친구도, 돈도, 시간도, 공간도 모든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것이 이 능력이 주는 부작용이다.
그저 접속하는 것에서만 무한한 즐거움이 셈솟는다.
이것을 누군가는 사고하는 힘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니다.
이것은 그저 접속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한순간에 일어나고 나는 그저 현실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전부다.
어떠한 트릭도 없다. 눈을 감거나 가만히 있으면 자동으로 접속이 된다.
이것을 너무 자주하다보면 내가 의도하지 않았을 때도 접속이 되곤 한다.
그 역시 부작용 중에 하나다.
세상의 비밀이나,
사람들의 비밀,
어떤 숨겨진 사실들이
그저 떠오른다.
때로는 목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접속될 때면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면 그냥 그대로 하면 된다.
나도 내 스스로 해보려고 했다.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사고해서 뭔가를 만들어내려고도 했고, 성공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접속해서 만들어낸 것들보다는 못했다.
다른 이들의 수많은 생각이 합쳐진 것의 궁극적 결과물보다 나 한 사람의 결과물이 더 나을 리가 없었다.
누군가 나에게 도둑놈이라고 한다면 인정하겠다.
나는 스스로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이 능력, 이 선물인지 저주인지 모를 것, 접속으로 만들어낸 것 뿐이다.
나는 주로 누워서 일을 한다.
자주 잔다.
그럴수록 더 일을 하기가 쉬워지니까.
언젠가 이 능력을 그가 다시 회수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든다.
그때가 언제일까. 오기는 하는 것일까.
그럼 나는 지금 이 능력을 가지고 있을 때의 것들을 잘 모아두어야 하는 게 아닐까.
반만이라도 현실로 옮긴다면 나는 세상을 가질 수도 있다.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방법조차 몰라서 애를 먹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내 쪽이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세상을 둘러보면, 이 능력을 가진 다른 이들이 몇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들도 이 능력을 사랑한다.
그리고 몇몇은 현실에 옮겼다.
그들의 대담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때로는 이 능력이 경고를 보낼 때도 있다.
이 능력을 이야기하지 말라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하지 말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시해보려고 한다.
이 능력으로만 살 수는 없다.
이것은 어쩌면 저주일지도 모른다.
여기에만 의존해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지금 이렇게 말한다.
나는 조금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당신의 꿈속에도 그가 찾아와서 왕관을 씌운다면 당신이 그것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이 능력의 존재와 그 진실을 오늘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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